영화 정보
감독: 토드 필립스
출연: 호아킨 피닉스, 로버트 드 니로, 재지 비츠, 프랜시스 콘로이, 브래트 컬렌
개봉: 2019년 10월 1일
러닝타임: 122분
장르: 범죄, 스릴러, 드라마

사실 조커라는 캐릭터에 대해서는 그동안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배트맨 시리즈도 몇 편 봤지만 악역은 그냥 악역이라고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가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고, 호아킨 피닉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는다는 소식을 들으니 궁금해지더라고요. 특히 제가 평소 정신건강이나 의료 관련 영화에 관심이 많아서, 이 작품도 그런 관점에서 접근해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 영화는 우리가 알고 있던 조커의 기원을 다룬 작품이에요. 하지만 단순한 빌런 오리진 스토리가 아니라, 한 인간이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 심리 드라마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정말 소름끼칠 정도로 훌륭했고, 보는 내내 불편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었어요.
⚠️ 여기서부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아서 플렉은 홀어머니와 함께 사는 중년 남성이에요. 코미디언을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죠. 광대 복장으로 간판을 들고 서 있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근근이 살아가고 있어요. 그런데 아서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요. 긴장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웃음을 통제할 수 없는 신경 질환이 있는 거예요. 이게 정말 심각한 문제더라고요. 사람들은 그의 웃음을 비웃음이나 조롱으로 받아들이거든요.
영화 초반에 아서가 정신과 상담을 받는 장면이 나와요. 하지만 상담사는 그에게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이고, 그냥 형식적으로 약만 처방해주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다가 정부 예산 삭감으로 이마저도 중단되어 버려요.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현실적인 씁쓸함을 많이 느꼈어요. 정신건강 서비스가 가장 먼저 예산 삭감 대상이 되는 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니까요.
중요한 사건은 지하철에서 일어나요. 세 명의 웨인 기업 직원들이 한 여성을 희롱하고, 아서가 갑자기 웃음 발작을 일으키자 그를 집단 폭행해요. 이때 아서는 동료가 준 권총으로 세 사람을 모두 죽여버려요. 이 순간부터 아서의 인생이 완전히 바뀌기 시작해요.
언론에서는 이 사건을 부자들에 대한 서민들의 저항으로 포장하고, 광대 마스크를 쓴 시위대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요. 아서는 자신이 우연히 벌인 일이 이렇게 큰 움직임이 될 줄 몰랐지만, 점차 이 역할에 빠져들게 되죠.
그러던 중 아서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돼요. 자신이 토마스 웨인의 사생아라고 믿고 있던 어머니의 말이 거짓이었던 거예요. 어머니 페니는 과거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경력이 있었고, 아서를 입양한 후 남자친구로부터 학대를 받게 놔둔 채 방치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요. 아서의 웃음 장애도 그때의 뇌손상 때문이었던 거죠.
이 진실을 알게 된 아서는 어머니를 죽이고, 자신을 해고시킨 전 직장 동료까지 살해해요. 그리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머레이 쇼에 출연하게 되지만, 그곳에서 머레이를 생방송 중에 쏴 죽이면서 완전한 조커로 거듭나게 돼요.
결말 해석과 숨겨진 의미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아서가 조커가 되는 과정이 너무나 현실적으로 그려졌다는 점이에요. 그는 태어날 때부터 악인이 아니었어요. 오히려 누구보다 순수하고 착한 사람이었죠. 하지만 사회는 그를 계속 밀어냈고, 그가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외면했어요.
특히 정신건강 서비스가 중단되는 장면은 정말 의미심장했어요. 아서가 상담사에게 “당신들은 우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우리는 존재한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소름이 돋더라고요. 사회적 약자들, 특히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소외받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단순히 한 사람의 타락을 그린 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어떻게 괴물을 만들어내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아서가 조커가 된 건 그의 선택이지만, 동시에 그를 그런 선택으로 내몬 건 사회였거든요.
인상 깊었던 장면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아서가 계단에서 춤을 추며 내려오는 장면이에요. 이때 그는 완전히 조커로 변모한 상태였는데, 그 춤이 너무나 자유롭고 해방적으로 보였어요. 동시에 섬뜩하기도 했고요. 호아킨 피닉스가 영화를 위해 20킬로그램 가까이 감량했다고 하던데, 그 앙상한 몸으로 추는 춤이 더욱 인상적이었어요.
또 하나는 머레이 쇼에서의 마지막 장면이에요. 아서가 “코미디는 주관적인 거야”라고 말하며 머레이를 쏘는 순간, 관객인 저도 복잡한 감정을 느꼈어요. 그의 행동을 지지할 수는 없지만,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거든요.
추천할까, 비추천할까
이 영화를 추천하느냐 묻는다면, 조건부 추천이라고 답하고 싶어요. 우선 정신적으로 예민하거나, 폭력적인 장면에 민감한 분들께는 추천하지 않아요. 보는 내내 상당히 불편하고 무거운 기분이 들거든요.
하지만 사회 현상을 깊이 있게 다룬 영화를 좋아하시거나, 뛰어난 연기를 감상하고 싶으신 분들께는 강력 추천해요. 특히 의료진이나 사회복지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이라면 많은 생각거리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정신건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어요. 우리 주변에도 아서와 같은 사람들이 있을 텐데, 과연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충분한 관심과 도움을 주고 있는지 말이에요. 영화는 끝났지만 여운은 오래도록 남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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