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스탠리 큐브릭
출연: 톰 크루즈, 니콜 키드먼, 시드니 폴락
개봉: 1999년 7월 16일
러닝타임: 159분
장르: 드라마, 스릴러, 미스터리

사실 이 영화를 보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어요. 큐브릭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워낙 난해하다는 평가가 많아서 계속 미뤄두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의대 친구가 “의사가 주인공인 영화인데 정말 독특하다”고 해서 궁금해졌죠. 막상 보고 나니 이게 단순히 의사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요.
겉으로 보면 성공한 의사 부부의 결혼 생활 위기를 다룬 심리 스릴러 같아요. 하지만 큐브릭답게 그 안에 인간 본성과 욕망, 그리고 사회의 어두운 면을 파고드는 작품이더라고요. 톰 크루즈가 연기한 빌 하퍼드는 겉보기엔 완벽해 보이는 삶을 살고 있지만, 아내의 한 마디에 모든 게 흔들리면서 예상치 못한 밤의 여행을 떠나게 돼요.
⚠️ 여기서부터 스포일러가 있어요
이야기는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시작돼요. 빌과 앨리스 부부는 각각 다른 사람들에게 유혹을 받지만 선을 넘지는 않죠. 하지만 집에 돌아와서 앨리스가 털어놓는 고백이 모든 걸 바꿔놓아요. 휴가 때 만난 해군 장교에게 느꼈던 충동적인 끌림, 그를 위해서라면 가족도 포기할 수 있을 것 같았다는 고백 말이에요.
이 고백을 들은 빌의 반응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평소 아내를 순수하고 정숙한 여성이라고 믿어왔던 그에게는 엄청난 충격이었겠죠. 그날 밤부터 빌은 이상한 환상에 시달리면서 자신만의 어둠 속으로 빠져들어가요. 환자 진료, 우연히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그리고 결정적으로 친구 닉이 말해준 비밀스러운 파티까지.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그 미스터리한 가면 파티 장면이에요. 빌이 가면을 쓰고 잠입한 그곳은 상류층들의 비밀스러운 성적 의식이 벌어지는 곳이었죠. 그런데 빌의 정체가 발각되면서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되고, 한 여성이 그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요.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핵심은 결말에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미스터리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나서 빌과 앨리스가 나누는 마지막 대화 말이에요. 앨리스가 “우리는 깨어있어야 해”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제목 ‘아이즈 와이드 셧’의 진짜 의미를 알 수 있었어요. 우리는 모두 눈을 감고 살아간다는 것, 진실을 보려 하지 않는다는 거죠.
제가 느끼기엔 이 영화는 결혼과 사랑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는 작품인 것 같아요. 빌은 자신이 아내를 완전히 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녀의 내면 깊은 곳은 전혀 몰랐던 거예요. 마찬가지로 앨리스도 남편이 그런 위험한 모험을 할 사람이라고는 생각 못 했겠죠.
의사라는 빌의 직업도 상징적이라고 생각해요. 의사는 보통 생명을 구하고 치료하는 사람으로 여겨지잖아요. 그런데 빌은 정작 자신의 내면과 결혼 생활은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고 있어요. 겉으로는 성공한 전문직이지만 속으로는 상처받고 혼란스러운 한 인간일 뿐이죠.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빌이 가면을 벗고 아내에게 모든 걸 고백하는 부분이에요. 그때서야 두 사람은 진짜로 서로를 마주보게 되거든요. 큐브릭이 말하고 싶었던 건 아마 이런 게 아닐까요. 진정한 관계는 서로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날것의 진실을 받아들일 때 시작된다는 것.
솔직히 말하면 이 영화를 추천할지는 고민이 돼요. 분명 작품성은 뛰어나지만 보는 내내 불편하고 답답한 느낌이 들거든요. 큐브릭 특유의 차가운 시선과 긴 러닝타임 때문에 지루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인간 관계의 복잡함이나 욕망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고 싶다면 꼭 봐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결혼이나 연애를 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더 와닿을 것 같아요. 상대방을 정말 안다고 할 수 있는지,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지 돌아보게 되거든요. 큐브릭의 마지막 메시지가 무겁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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